2019년 1월 8일 화요일

경상도친노친문유시민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주소복사 조회 288 09.04.09 11:49 신고신고

원문) 사회디자인연구소 http://www.goodpol.net/


서평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김  대 호





외상 민주주의
지난 3월 초 유시민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379페이지짜리 책을 ‘돌베게’ 출판사에서 냈다. 책의 부제는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다. 이 책은 정치인이 쓴 책 치고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요즈음 대학을 다니다 보면 유시민 초청 강연을 알리는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이라는 표현 보다 ‘공짜 의료, 공짜 교육’이라는 표현이 이 구호의 본질을 잘 드러내주듯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표현 보다는 ‘외상 민주주의’ 혹은 ‘외상으로 가져다 쓰는 헌법’이 책 제목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전달해 주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표현하고 보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의 핵심 메시지는 대충 집어 낼 수 있다. 아직 갚지 못한 외상값이란 곧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수호하기 위해 좀 더 흘려야 할 땀, 눈물, 피다. 이명박 정부는 외상값을 받으러 온 조폭 스타일의 채권 추심원(해결사)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사랑하사, 자신들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헌법이 온전히 자기 것인 줄 알고 흥청망청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낸 사자인지도 모른다. 불순한 민중교회 목사가 있어서, 이렇게 설교하면 불순한 신도들은 ‘아멘’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쓰고 보니 회사에서 가불도 종종 하고, 주변 가게에 외상 장부까지 비치하여 외상을 하고, 월급날 맨 먼저 갚으러 다닌 기억이 있는 40대 이상에게는 외상은 친숙한 단어지만, 그 아래 세대에게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신용카드가 외상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어(死語)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신용카드 청구서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책에서 제목과 관련된 설명들을 모아 보면 이렇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 였다.(p 22) 제헌헌법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얻었다. 양성평등이 대중적 의제가 되기도 전에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 받았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노동3권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p 23) 나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할부금을 다 치르지 않은 채 타고 다니는 승용차와 비슷하다.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다 치르지 않았다.(p 59)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무기 창고 헌법
책은 크게 1부(헌법의 당위)와 2부(권력의 실재)로 구성되어 있다. 유시민이 쓴 책 머리말에 의하면, 1부는 ‘주로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소재로 삼아,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살핀 글이다. 2부는 ‘헌법의 절차에 따라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 받는 대의민주주의 정부와 국회의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를 살핀 글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에 걸쳐서 헌법이라는 창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살피고, 헌법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곡이다. 2부의 상당부분은 유시민이 개혁당,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두번,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하면서 체험하고 고뇌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구중궁궐처럼 느껴지는 정당, 국회, 행정부, 부처가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진솔하게, 또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글 솜씨로 까발렸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유명 정치인과 권력 기관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연극 배우라면, 유시민이 까발린 것은 그 무대 뒷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속살을 보는 느낌을 준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현대 국가의 헌법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더 나은 사회,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거름으로 키워낸 꿈(이상)과 지혜의 결정체이다. 또한 헌법은 국가와 구성원 간의 책임(권리)과 의무를 명시한 계약서다. 이는 현행 헌법 제 2장(헌법 제 10조부터 39조)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국민의 의무는 교육, 근로, 납세, 병역 의무 뿐이다. 그러나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는 대단히 많고 또 상세하다.

본래 계약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잣대이자, 상대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무기이다. 헌법 자체가 인류의 이상을 총화 했고, 또 국가의 의무 및 국민의 권리를 상술해 놓았기에 국민에게 그만큼 무기가 많이 쥐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무기는 헌법 제 11조부터 37조에 이르는 기본권 조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야 말로 실전에서 무수히 많이 사용되어온, 최고, 최강의 무기이다. 유시민의 말대로 합법적으로 존재하고 있던 정부를 무너뜨린 ‘불법적’인 집단적 주권행사(4.19, 5.18, 6월 항쟁 등)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였다.(p 59)

민주주의와 인권이 흔들리는 시기, 총체적 문명 역주행의 시기에 헌법은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는 시민군의 무기 창고이다. 이 곳에는 칼, 창, 활 같은 오래된 무기부터 미사일 같은 초현대식 무기까지 다 있다. 특히 헌법 제 1조라는 무적의 강철검이 있다. 이 책이 가진 첫 번째 의의는 바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지키고, 민주주의와 건강한 상식을 지키는데 필요한 무기가 가득한, 헌법이라는 창고의 문턱을 낮추고, 무기 중의 일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시범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헌법을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두 번째 의의는 한국 권력기관들, 즉 정부(대통령, 청와대, 장관, 부처 등), 국회(의원), 정당, 법원, 헌법재판소, 언론사, (진보) 지식사회의 속살(속성과 실력)을 그 특유의 진솔함과 날카로움으로 파헤친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고, 당사자들과 언론이 별로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들이 대부분이다.

유시민은 초야에 묻혀 생물학, 심리학의 최신 성과를 섭렵하고, 또 헌법을 천착하고, 여기에다가 자신의 두터운 체험을 녹여 내어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파고들 단어(개념)를 몇 개 만들었다. ‘양복 입은 침팬지’, ‘토끼과 정치인과 사자과 정치인’, ‘알바 언론, 악플 언론’, ‘애국과 해국’(주관적 애국과 객관적 해국)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날카롭고 재미있는 비유, 풍자가 유시민의 입에서 일상적으로 구사되었기에, 상대에게는 깊숙한 상처를 주고, 지지자에게는 쾌감을 주면서 유시민의 독특한 정치력을 구성하지 않았나 싶다.  


유시민 주방장의 퓨전요리
유시민은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 명함을 만들면서, 전(前)자를 붙인 직함(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붙이는 것도 이상하고, 경북대학교 시간강사를 붙이는 것도 ‘마음이 추워서’ 며칠을 고민 끝에 ‘지식소매상’으로 적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지식소매상이라는 직업에 대해 제법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자부심은 ‘(좋은 야채나 육류를 가져와서 멋진 요리를 만들어 수준 높은 단골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유명한 맛 집을 경영하는 식당 주인 겸 주방장이 느끼는 자부심과 닮았다(p 357)’고 한다.

이제 유시민 주방장의 요리 맛을 좀 보자.


이어지는 본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