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목요일

유시민의 실질적 은퇴 이유를 추측한다.

유시민의 실질적 은퇴 이유를 추측한다.
주소복사 조회 293 13.02.20 08:41 신고신고

유시민 은퇴, 자신의 줄어든 정치적 역량 때문은 아닐까?

유시민 전 장관이 2월 19일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동안 유 전 장관이 여러 번 정계 은퇴를 고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만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유 전 장관이 은퇴할 것임을 선언하자 많은 지지자 분들이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치인이 또 한 명 떠나갔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유시민 전 장관이 좋은 비평가이기는 하지만 좋은 정치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 전 장관이 앞으로 비평가로서 활동을 한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더 긍정적인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시민 전 장관은 1959년 생으로 올해 만 59세입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젊은 나이죠. 그런 그가 벌써부터 은퇴를 한다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합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더 늦기 전에 떠납니다.'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내세운 은퇴 이유에 큰 신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은 2007년 대통합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정도로 정치에 대한 욕심이 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 정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서의 삶을 원했다고 하니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죠. 

저는 유시민의 정계 은퇴는 더 이상 자신이 정치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주류 정당의 비주류에서 비주류 정당의 주류정치인으로 변하면서, 사실 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지금 보다 나은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면 혹은 과거 그가 가졌던 정치적 입지를 다시 회복하려면 주류 정당에 입당하거나 현 위치에서 정치적 입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둘 모두가 힘든 상황이죠. 이러한 상황(정치적 입지가 좁은)은 유 전 장관에게 더 이상 정치를 하더라도 성공 혹은 현재보다 더 한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없으니 차라리 은퇴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했을 것입니다. 


유시민은 좋은 정치인보다 좋은 비평가.

유시민 전 장관은 2002년 정계에 입문한 이후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했습니다. 창당 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지원했고,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때 합당(입당)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탈당 후에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했고, 다시 국민참여당 창당, 그리고 통합진보당과의 합당, 또 다시 진보정의당에 입당했다가 지난 19일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유 전 장관은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물론 잘한 일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싸가지 없지만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유시민 전 장관과는 다른 모습들 역시도 많이 보였습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정심을 들 수 있습니다. 유 전 장관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2003년)와 제 1차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2004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제 2차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2005년) 당시에는 갑자기 찬성표를 던졌죠. 그는 갑작스레 입장을 바꾸며 '대통령이 욕을 먹을 때 같이 욕을 먹고 비가오면 같이 비를 맞아야 한다.'며 이제 껏 이라크 파병에 대해 반대한 자신이 비겁했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사령관이 명령을 하면 이 산이 아니더라도 가봐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말 등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을 견제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옹호하기만 하는 주체적 판단력을 잃은 정치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유 전 장관이 지난 10년 간의 정치인생 중 입당, 창당 그리고 탈당의 과정에서 보여준 모순들도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집권당의 장관까지 한 그는 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합니다. 그리고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하죠. 경선에서 패배 후 그는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게 되는데, 당시 그가 한 말들이 참 모순적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정당성을 누구보다 확신했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까지 출마한 그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며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은 중도 보수세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채 일부 중도 진보세력이 결합한 정당' 이라며 '민주당이 좋은 당이라 확신하지 못하며,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창당, 입당 당시와 탈당 시의 관점이 확연히 다른 것이죠. 


유시민의 은퇴 이유를 추측해본다.

그 동안 유시민 전 장관이 보여준 행동에 비추어 저는 그의 은퇴에 대한 이유를 추측해보고자 합니다.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의 비주류 정치인 유시민은 정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틈바구니 속에서 세력이 없고, 주류도 될 수 없었던 그는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국민참여당을 창당합니다. (국민참여당이 그의 그러한 목적을 반영한 정당임은 2007년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고 2008년 1월에 바로 탈당했음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연이어 선거에서 패배하고, 유시민 전 장관 역시 대선을 앞 둔 상황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지지율이 밀리기 시작하죠. 독자적 세력을 만드는 것에는 실패한 상황에서, 그는 민주당으로의 복당보다 진보진영과의 합당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진보진영 역시 외연적인 확장이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시도는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급하게 합당을 한 만큼 각 세력, 계파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다시 분당을 경험, 유시민 전 장관은 진보정의당을 창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유시민은 자신이 바랐던 유연한 진보정당의 건설(국민참여당), 그리고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통합진보당) 모두에서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의 비주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던 시절에 비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것이죠. 그에게 남은 것은 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진보정치에 한 몸을 투신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것이 참기 힘들었을까요? 아니면 정치가 아닌 다른 일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이루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는 결국 지난 2월 19일 정계 은퇴를 선언합니다. 정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겠다던 사람이 그의 야망이, 그리고 그의 이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죠. 

그의 행동은 현실적 관점에서 현명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그가 좋아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바보'스럽지는 않아 보입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고집도 감동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그는 대구에 출마를 하며 '지역구도'를 깨뜨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역구도를 깨뜨리고 싶던 그의 다짐은 2010년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끝났습니다. 결국, 유시민은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부산'에 연이어 출마한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그릇은 될 수 없었던 것이죠. 

어쨌든, 2월 19일부로 유시민 전 장관은 정치계를 떠납니다. 그가 정치를 하는 동안 가장 확실하게 대중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논리와 입담이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유 전 장관은 이러한 그의 장점을 살려 활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각본가, 언론인, 교육자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그의 장점을 살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 좋아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그의 경호실장이라 불리우던 유시민 전 장관을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치인 유시민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가 언론인, 교육자 혹은 논객으로 다시 활동하게 된다면 그를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는 왠지 정치인보다 그런 일들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지난 10년, 수고 많았습니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유시민 전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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